불혹(不惑)
잠자리를 털고 일어선 몸이 어지럽다.
쓰러질까 겁이 나.
그리고 문득 내 나이 마흔 둘을 생각한다.
어제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그제와 어제가 다르지 않고 또 오늘도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게
그는 몇 달 전 얘기 그대로 어떻게 지내냐는 인사를 다시 건넸다.
정리가 잘 되지 않는 내 삶의 면면을 끌어안고 견디던 나는
녀석에게 버거운 말투로 중얼거리기도, 싱겁게 웃기도 했다.
녀석은 내 사는 얘기가 답답하고 안쓰러운지
‘ 회초리 좀 맞아야겠다’며 내게 농 섞은 잔소리를 했다.
난 그런 녀석에게 또 한번 싱겁게 웃었다.
그리고 어제 종일토록 녀석의 얘기를 곱씹었다.
녀석의 말이 맞는가, 하고
내가 잘못하는가, 하고.
그런데
병들어 아픈 것은 내 몸만이 아닌가 보다.
스치고 오잖는 바람결에도 이리 여리고 투명하게 흔들리는 데는
내 나름의 고집으로 한바탕 싸워도 보잖고
내 나름의 배짱으로 한바탕 맞서도 보잖고
마흔 두 해의 더께로 쌓은 내 울림을 잃어버린 까닭이렷다.
(2011. 04. 26)
※ 사진출처: 류호준 교수의 무지개 성서교실 (http://rbc2000.pe.kr/notes/3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