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위터를 하는 이유




 

내가 트위터를 언제 처음 시작했는지, 왜 했는지에 대한 분명한 기억은 없다.

다만 이것 저것 지난 흔적을 뒤져보니 한 2년쯤 전에 처음 트위터에 가입을 했던 것 같다.

생활비로 꾸기 시작한 빚이 점점 늘어가고 어떻게 해볼 도리는 막막해서 답답하고 괴로웠던 심정을 아무에게나 쉽게 터놓기도 어려워 나 혼자란 외론 감정마저 느끼고 있던 때였다.

그 때 박중훈 등 연예인도 화제가 되면서 SNS라는 것이 붐처럼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인터넷만 있으면 사회소통망을 구성할 수 있다…? 누군가와 대화가 필요한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사회소통 수단이 될 수 있겠다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무작정 가입한 트위터 세상은 내게 너무 낯설기만 했다. 뭔가 함께 나눌 관심사나 대화거리가 내겐 전혀 없는 것 같고 팔로잉’ ‘리트윗’ ‘해시태그등의 생경한 용어들

나는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동안 트위터를 잊고 살았다. 내 생활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그나마 교회 가족들의 헌금 덕분에 몇 달을 버티며 구직활동을 했지만 직장은 얻지도 못하고 손에 쥔 것은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빚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눈 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죽고만 싶었다.

채무 독촉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두려움과 회한의 연속이었고 죽고만 싶었다.

진짜 죽을 생각도 했다.

그러나 죽지 못했다.

죽는 데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고 죽는다고 생각하니 죽어 떠나기엔 너무 아까운 세상이고 내 자살이 억울해졌다.

비록 입에 풀칠만하고서 목숨을 연명하더라도 살고 싶어졌다.

파산의 방도를 찾아 보았다.

쉽지 않았고 친구들의 돈을 또 한번 유용하는 나쁜 짓도 저질러야 했다.

 

파산신청서류를 법원에 접수하고도 채무 독촉전화는 멈추지 않았다.

갚을 수 없는 형편이고 그래서 파산신청을 했다는 사정 얘기도 소용없었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채권사의 태도는 냉정하고 매서웠다.

잔인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언제까지 무조건 갚으라는 둥, 집을 방문하겠다는 둥의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봐왔던 사채업 폭력배들의 행패를 상상하게 했고 날마다 그 두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어떻게 견디나? 어찌해야할까?

날마다 하루의 대부분을 이 빚독촉에 대한 시름으로 보내야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한 인터넷 문서 하나가 있었다.

불법채권추심 대응 10대 수칙

채권추심에도 지켜야 할 법적 기준이 있고 불법추심행위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에 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서였다.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채무독촉의 시름을 한결 더는 느낌이었다.

 

고마웠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런 법규를 만들어준 누군가가 고마웠다.

감당 못할 빚에 몰린 이후 나는 죄책감과 부끄러움 속에 살았다.

가족을 비롯한 사회의 시선도 책임 못지는 채무자에게는 차갑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채무자를 보호하는 법규를 누군가 만들어줬다는 데 너무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끔찍한 상황을 벗어나면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단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그런사람이 되자.

 

그리고 또 얼마가 지났다.

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배우 김여진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을 지지한다는 김여진의 1인시위에 대한 기사였다.

반값등록금 문제가 하도 핫이슈여서 나도 무심하게 몇 번 듣긴 했지만, 김여진의 기사는 좀 남다르게 다가왔다.

최고 TOP배우는 아니지만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 여배우가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에 관심이 갔다.

그것도 사회에 대한 비판적 입장 표명을 꺼려하는 우리나라 연예계 분위기에서 이 정도의 배우가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다는 것이 대단하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김여진의 트위터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김여진이 트위터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트위터에 가입했던 일이 생각났다.

트위터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로잉’ ‘리트윗’ ‘해시태그를 배우며 소위 트친들을 만들어갔다.

1년이나 걸린다는 파산면책 심사를 견디는 시간 동안 트위터는 그 시간을 견디는 유용한 수단이자 내가 사회를 알고 만나는, 중요한 소통의 매체였다.

 

김여진의 트윗을 읽고 한진중공업김진숙을 알게 되었다.

명동마리제주강정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부당하고 억울한 것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너무도 절박하게 내몰린 죄없는 사람들의 치열한 싸움이 너무 많았다.

그들의 트윗에는 뜬구름 잡는 듯한 얘기는 전혀 없었고 모두가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나와 크게 다를 바 없는)의 정직한 고백들이었다.

찌라시가 범람하는 언론계의 기사들보다 트위터 한 줄을 읽는 것이 현실을 더 깊이있게 배우는 방법이었다.

 

그러는 중에도 내 삶의 주변은 여전히 가난하고 불안정했다.

춘천시가 야심차게 밀어 부치는 약사천개발사업의 바람이 우리집 주변에도 몰아 닥쳤다.

주민설명회안내문이 우편으로 날아오고 부동산중개업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몇차례 무산되었던 효일재개발사업도 다시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긍정적 변화가 아니었다.

절대 장년층과 노년층이 많은데다 2,30년 이상씩 살아온 터줏대감들이 많이 사는 주택가가 우리 동네였다.

대부분의 민심이 주거보장을 하지 않는 이러한 막개발을 탐탁치않게 여기고 있었다.

동네는 많이 뒤숭숭해지는 느낌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또 채무독촉안내 우편물이 계속해서 날아오고 있었다.

이렇게 심란하고 불편한 삶은 나를 더욱 트위터에 열중하게 만들었다.

 

트위터는 억울한 처사에 치열하게 맞서 싸우는 서민들의 고백들이 있었고 그 고백들은 각박한 현실에서 참담함과 무력감을 느끼는 내게 힘겨운 삶을 버티는 용기를 주고 있었다.

말랑말랑한 노래 한 곡을 듣거나 달콤한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위안과 힘을 주고 있었다.

 

이제 파산면책 결정을 얻었다.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삶의 미래도 캄캄하지만 채무의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그래서인가?

그만큼 마음이 간사해져서일까?

이제는 희망버스, 명동마리 소식에 열중하던 때만큼 많은 시간을 트위터에 할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어찌 직장을 구하고 돈을 벌고 생계를 꾸리며 내 가정을 만들지 모르겠다.

그래서 두려움과 절망감, 그리고 외로움에 빠져든다.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인터넷을 배회하지만 내가 꿈 꾸기엔 너무 높아보이는 그네들 삶의 모습들을 보면서 금세 씁쓸해지거나 소외감을 느낀다.

그럴 때 나는 다시 트위터를 찾는다.

거기에 정직한 목소리들이 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목소리. 억울함에 분노하고 호소하는 목소리. 부정한 세상을 비꼬고 탄식하는 소리. 어렵지만 힘들지만 돕고 격려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엔 TV나 상업적 인터넷 정보들처럼 허황한 설교도 요란한 치장도 거짓된 도덕도 그리고 교묘한 상술도 없다.

듣다보면

그래. 그래. 맞아. 나도 그런 생각해. 나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어

하고 동감하고 열중하게 되는 이웃의 목소리가 있다.

그것은 나에게 가르쳐준다.

이게 네가 사는 세상이야.’

네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돌아간다구.’

그리고 내게 질문하다.

그래, 이런 세상에서 너는 어떻게 살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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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TV-경찰 ”오뎅탕 위험하다” 압수

 

정말 이 나라가 민주주의공화국 맞습니까?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있습니까?

법을 지키는 사법부가 있습니까?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은 있습니까?

회사를 위해 땀흘리는 사원과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기업은 있습니까?

 

정말 잔인한 대한민국입니다.

 

                                         (2011. 7. 11)

Posted by 사람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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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YouTube-'희망버스'에 대처하는 한진중자세 (http://www.youtube.com/watch?gl=US&v=F11xHc2os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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